기사 / 한국경제

사장님의 퇴근은 없다: 가맹계약이 만든 노동의 사각지대 [현민석의 페어플레이]

2026.06.15. 한국경제에 법무법인 YK 현민석 변호사의 기고문 게재되었습니다.

 

 

오전 11시, 기름 끓는 소리와 함께 50대 남성의 하루가 시작된다. 아내는 재료 손질을 맡고, 배달 주문이 몰리는 저녁부터는 둘이 나란히 서서 튀기고 포장하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시작된 이 남자의 하루는 자정이 훌쩍 넘어서야 마무리된다. 배달 주문이 밀려드는 명절이면 날을 꼬박 지새운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이 남자의 삶은 가맹계약서에 적힌 영업시간대로 움직인 지 오래다. 한 번은 아내가 쓰러져 병원에 간 날에도 남편은 혼자 그 시간을 버텨야 했다. 가맹계약서에 적힌 영업시간을 준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남성은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사장인가, 직원인가."
그런데 이 물음은 이 남성만의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30만 개 가맹점의 점주들이 같은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독립 사업자'라는 이름의 함정

가맹점사업자는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독립 사업자다. 이 분류 하나로 모든 것이 달라진다. 주 52시간 상한도, 최저임금도, 연차휴가도 적용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의 보호는 독립사업자라는 이유로 처음부터 이들의 몫이 아니다.

그런데 이 '독립 사업자'는 실제로 얼마나 독립적인가. 메뉴와 식재료 공급처, 인테리어는 물론 닭의 품종과 부위, 튀김 기름의 종류, 배달 플랫폼 입점 여부 및 할인행사까지 모두 본부 지침을 따라야 하는 게 현실이다.

영업시간은 가맹계약서에 명시되어 있고, 이를 어기면 계약 갱신이 거부되거나 해지될 수 있다. 이미 점포 개설에 수천만 원을 쏟아부은 점주 입장에선 이 조건에 이의를 달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외형은 사장이지만, 실질은 퇴근도 보험도 없는 직원에 가깝다.

202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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